새집 증후군을 앓는다? 인공 위성도

새 집으로 빨리 이사를 가고 싶어도 지나가야 하는 통과의례가 있어요 새집증후군 예방을 위한 ‘베이크아웃(bake-out)’입니다. 단열재나 마감재, 가구 등에 숨어있던 포름알데히드, 라돈과 같은 유해성분을 단기간에 배출시키기 위해 방문과 창문틈새까지 모두 막은 뒤 보일러 온도를 높여 집을 태운 환기를 시키는 과정입니다. 벡아웃은 1980년대 이후 새집 증후군 예방법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인공위성이야말로 베이크아웃의 원조라고 합니다. 인공위성의 경우도 새집 증후군을 앓고 있는 것일까 요.

인공위성 단명의 원인으로 꼽히는 탈기체 현상을 최소화하기 위해 베이크아웃이 시작됐다. <사진 출처=NASA> 초기 인공위성은 어떤 이유에서인지 설계수명보다 빠르게 성능이 저하되곤 했어요. 100℃가 넘는 고온과 -200℃에 달하는 저온을 넘는 극한 환경에도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되었습니다. 연구자들은 뜻밖에도 부품 자체의 결함이 아니라 오염물질이 원인이라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그들이 예상치 못한 복병은 우주의 진공상태였습니다. 좀더 정확히 말하자면, 물질에 포함된 기체가 진공상태에서 배출되는 “아웃-Gassing” 즉, 탈기체 현상입니다.

인공위성 구성품은 공기를 비롯해 수분, 각종 가스를 미세하게 포함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일상에서 사용하는 대부분의 것들도 똑같이 이 물질들을 포함하고 있지만, 대기압에서는 문제가 되지 않을 뿐입니다. 하지만 진공 상태의 우주는 기압이 지상의 10억분의 1 수준에 불과하고, 인공위성 구성품 표면에 포함된 불순물을 모두 빨아내 버린 것입니다. 마치 한의원에서 부침을 하면 압력 차이로 체내의 노폐물이 배출되는 것과 같은 원리입니다. 탈기체 현상은 특히 고온에서 더욱 활발하게 이루어집니다.

물질 속의 불순물이 빠져나가는 것이 왜 문제일까 싶은데요. 이들 불순물이 장시간 서서히 카메라 렌즈나 미러, 별/지구/태양 센서 표면, 방열판, 태양전지판 등 인공위성의 성능 구현과 밀접한 동시에 오염에 민감한 표면에 부착될 경우 카메라와 센서는 해상도가 현저히 저하되고 열제어 표면은 광학적 성치(물질의 물리적 성질을 나타내는 값)가 매우 나빠집니다. 결국은 위성이 설계 수명을 누릴 수 없는 원인이 됩니다.

인공위성 다층박막단열재(M LI) 베크아웃 인공위성의 성능을 지키는 베크아웃, 그리고 찾아낸 답이 베크아웃입니다. 새 집에 입주하기 전에 보일러를 틀어서 단기간에 불순물을 제거하는 것과 같은 원리입니다. 새 집의 내부를 진공으로 만들 수 있다면 그 효과가 더욱 커질 것입니다. 벡아웃 절차는 인공위성의 고장 위험을 예방하고 수명을 연장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절차입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지름 1.6m, 길이 1.8m의 원통형 베이킹 체임버를 운용하고 있습니다. 베이크아웃 챔버는 가장 바쁘게 돌아가고 있는 장비 중 하나입니다. 대부분은 인공위성의 부품 레벨로부터 베이크아웃 합니다만, 큐브 위성이나 「과학위성 4호」와 같이 작은 위성은 비행 모델의 단계에서 조립된 구조물을 통으로 굽기도 합니다. 특히 인공위성을 싸고 있는 단열재나 케이블은 오염물질을 많이 포함한 부품이므로 반드시 베이크아웃해야 합니다.

위성 구조 패널 베이크아웃 완벽한 베이크아웃을 위한 레시피는?쿠키를 구울 때 최적의 온도와 시간을 알아야 하듯이 인공위성도 최적의 조건을 찾아야 돼요. 먼저 챔버 내부는 진공을 형성하고 압력은 1×10-3Pa 이하로 유지한 상태에서 100℃까지 온도를 높입니다. 챔버 내부의 특정 공간에는 액체 질소로 냉각시킨 190℃ 극저온 상태의 오염 흡착판을 두어야 합니다. 베이킹 중에 서서히 배출되는 오염물질은 오염흡착판에 부착하게 되어 2차 오염을 피할 수 있습니다. 허용범위 내에서 챔버 내부 압력과 오염흡착판 온도는 낮을수록, 인공위성의 온도는 높을수록 좋습니다. 굽는 시간은 약 48시간 내외입니다. 단위 시간 당 탈기 체량이 기준치 이하로 떨어질 때까지 진행하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빨리 끝날 수도 있고 더 오래 걸릴 수도 있습니다.

베이크 아웃으로 배출되는 물질의 양과 종류도 알 수 있는 것입니까? 벡아웃이 진행중에는 정밀질량측정기 (TQCM, Thermoelectric Quartz Crystal Microbalance)를 이용하여 배출되는 분자의 질량을 실시간으로 측정할 수 있습니다. 또한 잔류 가스 분석기(RGA, Residual Gas Analyzer)에서 물질의 종류까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베이크아웃종료후에는오염흡착판에서채취한오염물질을적외선분광기등을이용하여보다정밀하게분석할수있습니다.

과학자들은 오랜 베이크아웃 경험을 통해 인공위성의 설계단계에서 불순물 함유량이 적은 재료를 선택했고, 불순물로부터 인공위성 탑재체를 보호하기 위해 표면처리 기술도 높였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가격적인 어려움이나 대체 불가능한 소재의 한계 등으로 인해 베이킹은 중요합니다.뜨거운 사우나에서 노폐물을 제거하듯이 베이크아웃으로 보다 말끔히 가벼워진 인공위성이 우주에서 건강한 장수를 누리길 기대합니다.

기획/제작 : 항공우주 Editor 오요한 자문/감수 : 우주환경시험부 조혁진 박사

error: Content is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