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천문학도 - 데일리 이슈

우리 선조들은 간절히 바라는 일이 있으면 천지신명에게 빌었다. 하늘과 땅, 우주를 다스리는 신이 있기에 진실한 마음을 읽고 뜻을 이루어 줄 것이라는 믿음이 우리 조상들에게 희망을 주었다. 시기별 문화별 차이는 다소 있을 수 있으나 서양에서도 이와 비슷하였을 것으로 짐작된다. 두 손을 모아 기도하는 행위에 담긴 마음은 모양은 다를지 몰라도 하나의 종교가 되어 우리 사회에 뿌리내렸다. 이러한 사실은 역사서가 아니더라도 많은 기록을 통해 증명 가능하다. 그림도 그 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문자가 없던 시대에도 인류는 그림을 통해 자신이 속한 세계를 기록했다. 그림 해석을 통해 인류는 기대 이상의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미술과 천문학은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찍부터 문과와 이과로 갈라져 서로가 서로를 의도하지 않더라도 서로를 외면하거나 배척하는 문화 속에서 성장했기 때문이라고 여겨졌다. 책 제목만으로도 충분히 흥미로울 것이라는 추측이 가능했지만 실제로도 그랬다. 나에게는 아마 낯선 시선을 책에서 느낄 수 있었고, 조금은 난해한 듯 신선한 기운을 떨치지 못하고 마침내 책을 다 읽을 수 있었다.

저자는 책을 크게 두 부분으로 구성했다. 앞부분은 그리스 로마 신화에 담긴 천문학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수금지화목토천해명 이것은 초등학교 입학 전부터 그 뜻도 모르고 암기하던 주술 같은 말이다. 지금은 명왕성이 태양계에서 퇴출됐지만 저자는 개의치 않고 명왕성까지 책에 담았다. 각 행성의 속성에 대해 언급하고 그에 부합하는 신들의 일화를 나열했다. 그리스 로마 신화에 정통한 사람들이라면 각 신의 특성을 떠올리면서 아마도 갈 기회가 없는 행성들의 특성을 구체화할 수 있었을 것이다. 반대의 경우도 성립이 가능해 태양계 행성에 평소 관심을 가져 온 사람들이었다면 인간과 비슷한 그리스 로마 신들의 세계까지 아는 영역을 확장할 수 있었을 것이다. 물론 태양계 자체가 방대해 지구에 갇혀 있는 인류로서는 상상조차 못할 정도지만 같은 태양계 안에 소속된 행성들이 이렇게 서로 다를 수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신화와 행성이 얼마나 잘 어울리는가는 내게 두 번째 문제였으므로 그보다 앞서 내가 관심이 간 것은 각 행성의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이었다. 너무 뜨거워서 물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기타 등등. 회의적 시각을 뒷받침할 근거가 실로 많았다. 인류의 인구가 엄청난 일인데 대체 무슨 일이냐는 반론도 가능하겠지만, 적어도 태양계 밖에 인류가 이해하는 수준을 넘는 지능을 가진 고등생명체가 존재할지도 모른다는 소식을 접하면서 나는 잠시 지금의 외로움을 달랠 수 있었다. 광활한 우주의 유일한 생명체가 아니라는 사실이 주는 위안은 실로 컸다. 희망을 품어도 좋을 확률이 희박하더라도 인류에 의해 창조된 이토록 많은 신들이 우리와 함께해 주리라고 생각하니 일말의 위안이 되는 듯했다.

후반부에는 화가들의 별, 우주, 밤하늘 이야기가 소개되었다. 과거는 지금보다 훨씬 화려한 하늘을 머리에 이고 살았을 것이다. 고개를 들면 꽉 찬 별이 언제 올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우리의 가슴을 짓눌렀을 것이고, 그때마다 사람들은 내 존재의 미천함을 깨닫고 울부짖었을지도 모른다. 누구보다 민감하고 감수성이 풍부한 존재였을 화가들로서는 신기하기 짝이 없는 밤하늘을 그릴 수 없었을 테니 이 과정에서 여전히 논란이 존재하는 UFO 등이 그림 속에 그려지기도 했다. 수십, 길게는 수백 년에 한 번씩 관측된다는 혜성을 놓치지 않고 자신의 그림에 등장시킨 화가도 있었다. 상상력이 무궁무진한 별자리 역시 화가로 소재로 꼽혔다. 미친 듯이 제멋대로 붓놀림을 자랑했음에 틀림없다고 생각했던 고흐가 자신이 생각했던 것보다 더 치밀함을 발휘했다는 사실에 조금 당황한 적도 있다. 매순간 최선을 다해 진실을 화폭에 담았지만 세상 사람들로부터 많은 외면을 받았으니 극심한 외로움에 시달린 게 틀림없다. 영원한 존재처럼 여겨지던 별을 동경했고 스스로 삶을 정리함으로써 영원히 빛나는 별이 되려 했던 그의 영혼을 지금이라도 위로해주고 싶었다. 또한 라파엘로의 <아테네 학당>은 다른 의미에서도 매우 흥미로웠다. 위대한 철학자 천문학자 수학자 54명이 이 그림에 등장하는데 개개인의 각기 다른 관점에서 하나의 세계를 구성하면 엄청나게 입체적인 형태의 세계가 탄생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림을 그린 라파엘은 등장인물을 하나하나 그려 이 풍요로운 세상을 엿볼 수 있었을 것이다. 자신이 창조한 세계에 존재하는 논쟁이 얼마나 매력적인지, 왜냐하면 이는 라파엘로의 자존심을 한껏 높여준 것이다.

마치 경주마처럼 한 길만을 진리로 여기며 살아왔다. 주위를 둘러보는 여유가 아무에게도 허용되지 않는다는 것, 그리고 많은 사람들은 무료함으로 점철된 삶을 살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책처럼 변한 콜라보를 시도한다면 밋밋하게만 여겨지던 인생이 180도 달라질 텐데. 아직은 어렵지만 그동안 관심을 가져보지 못한 다양한 분야로 눈을 돌려야 하는 이유를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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